전시품

나전 칠 글귀가 있는 문갑
  • 螺鈿漆四勿箴文文匣
  • 조선 19~20세기 초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문갑은 사랑방과 안방에서 모두 사용했던 가구로, 장소에 따라 보관하는 물품이나 쓰임새가 달랐다. 사랑방에서는 주로 문서나 문구용품을, 안방에서는 여성들의 일상용품을 보관했다. 조선 후기에는 특히 두 개의 문갑을 나란히 붙여서 쓰는 쌍문갑이 유행했다. 이 문갑의 윗면에는 물가 풍경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끊음질을 사용하여 호수, 정자 그리고 여러 인물들을 자개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앞면에는 북송 때 성리학자 정이程頤가 지은 『사물잠四勿箴』이 적혀 있다. 사물四勿은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非禮勿視),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며(非禮勿聽),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非禮勿言),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라(非禮勿動)”는 내용이다. 윗면의 산수무늬와 앞면에 적힌 문장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18세기 이후 문인문화를 동경한 중인 계층이 사용했던 문갑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