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품

상감 칠 벼루상자
  • 古墨意匠硯箱
  • 일본 에도(江戶) 18세기
  •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헤이안 시대 전기인 9세기에 벼루와 연적, 붓 등 필기구를 정리해서 넣어두는 '벼루 상자'에 관한 기록이 등장하는데, 헤이안 시대 후기에 이르러 벼루 상자의 기본 형태가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가마쿠라와 무로마치 시기에 칠공예 기법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장식이 들어간 벼루 상자가 많이 만들어졌다. 에도시대에는 특히 마키에와 나전 등 전통적인 칠공예 기법이 유행했다. 이 벼루 상자도 백보감 기법으로 제작한 것으로 먹을 그대로 뚜껑 표면에 박아 넣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먹 속에는 하리쓰라는 작가의 호 ‘리쓰오(笠翁)’가 새겨져 있다. 옻에 숫돌 가루를 섞은 골회를 두껍게 발라 먹 장식을 만들었고 균열과 떨어져나간 부분까지 진짜처럼 표현했다. 용무늬가 있는 녹색 부분은 원형 도자 조각을 먹 위에 박아 넣어 실물과 같은 느낌을 더했다. 뚜껑 안쪽에는 눈에 유리를 상감한 호랑이 형상의 문진과 붓이 장식되어 있다. 작가 오가와 하리쓰는 중국의 백보감百寶嵌(옻칠을 한 면에 보석 등을 박아 넣는 기법)의 영향을 받은 칠공예품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다.